제1장 LG전자와 부품계열사의 탄생(1970-1984)

2. 전자부품 사업의 출발

국내 전자부품의 뿌리, 금성알프스전자

1965년 3월 금성사는 시장조사팀을 일본에 파견했다. 시장조사팀은 당시 금성사 독일 거래처의 소개로 일본 최대 전자부품 생산업체이던 알프스전기를 만났다. 이를 계기로 양사는 몇 번의 만남 끝에 부품 공급 및 조립을 위한 업무제휴에 합의했다. 이후 기술협력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금성사는 장기적으로 기술제휴보다는 합작사 설립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1969년 7월에 구자두 금성사 상무와 카타오카 츠루타로(片岡勝太郞) 알프스전기 CEO가 합작사 조기 설립에 합의했다. 양사는 1969년 11월부터 실무협상을 수차례 진행했다.
1970년 8월 22일(설립등기일), 한일합작법인인 금성알프스전자주식회사(GOLD STAR-ALPS ELECTRONICS CO.,LTD.)가 출범했다. 양사의 출자비율은 50 대 50이었다. 일본의 대형 전자부품사가 우리나라에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생산과 판매에 본격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금성알프스전자 현판(1970)

금성알프스전자주식회사(이하 금성알프스전자)는 본사를 부산에 두고, 초대 CEO로 허건행 CEO를 선임했다. 금성알프스전자는 우리나라 전자부품 업계의 효시라고 할 수 있으며, 오늘의 LG이노텍 역사는 금성알프스전자가 처음 뿌리를 내린 대한민국 전자부품산업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1970년 금성알프스전자는 스위치, 가변저항기, 바리콘, 튜너 등을 주력제품으로 사업을 본격화했다. 그 해 9월 부산시 동래구 부곡동에서 3,967㎡(약 1,200평) 규모의 부산공장 건설에 착공하는 한편, 공장이 완공될 때까지 임차공장을 가동했다. 금성사의 협력회사인 삼영전기공업사 공장 일부에 스위치 생산설비를 두 개 설치하고, 10월부터 슬라이드 스위치(SSA/SSB)와 로터리 스위치(SRF)를 첫 조립 생산했다
11월에는 부산공장이 1차 준공돼 가변저항기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듬해 2월에는 바리콘생산을 개시했다. 이 중 가변저항기는 일본 알프스전기에 수출하면서 1975년 100만 개 수출달성 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금성알프스전자, 부산공장 기공(1970)

  • 금성알프스전자, 초기의 스위치 생산라인(1970)

  • 금성알프스전자, 튜너 토크(TORQUE) 검사장면(1971)

  • 금성알프스전자, 부산공장 전경(1970)

튜너, 헤드, 그리고 모듈레이터

1971년 7월 알프스전기에서 기술을 도입해 부산공장에서 국내 최초로 진공관식 튜너 생산을 시작했다. 튜너는 방송국에서 송출된 신호를 수신해 원하는 방송채널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화질, 음성을 제어하는 부품이다. 튜너 생산을 시작하면서, 초기에는 기술 도입선의 엄격한 품질기준과 공정 및 품질관리 능력이 부족하여 많은 불량품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해 실무자들이 불량품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했다. 1970년 창립 첫해 적자를 면치 못했던 금성알프스전자는 1971년 튜너 생산을 시작하면서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1972년 9월에는 일본의 기술지원으로 우리 기술진이 황금접점 튜너를 자체개발함으로써 국산 튜너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튜너 생산을 가속화하기 위해 1973년 3월에 대규모 튜너 공장인 양산공장 (경남 양산군 양산읍 북정리 191)을 착공해 5월부터 부분 가동에 들어갔다. 1974년 황금튜너가 국내 최초로 미국 모토로라에 수출되고, 1977년에는 TV 튜너가 월 판매액 10억 원을 돌파하는 등, 튜너는 금성알프스전자의 대표제품으로서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며 선도업체의 지위를 확보했다.

금성알프스전자, 튜너 전문 생산공장 양산공장 B동 준공(1973)

금성알프스전자는 1970년대 말부터 새로운 전략사업으로 오디오 헤드, VCR 헤드 등 각종 헤드류의 생산을 추진했다. 1981년 1월 양산공장에 신규 라인설비가 갖춰지면서 제품 생산을 본격화했다. 이때부터 열악했던 우리나라 헤드 산업도 발전의 전환점을 맞았다. 금성알프스전자는 헤드 분야에서 우리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일본업체들과 경쟁했다.
미니 스테레오 헤드를 개발해 일본의 알프스전기에 수출하는 등 헤드 시장을 선도했다. VCR을 비롯한 컴퓨터, 게임기 등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1983년 3월에는 컴퓨터용 RF모듈레이터(Modulator)를 생산했다. RF모듈레이터는 음성이나 영상 신호를 모니터에 나타내기 위한 장치다.

  • 최초의 국산 VCR(GHK-7900)(1979)

  • 금성알프스전자, 국내 최초 모듈레이터, VCR용 비디오 헤드 생산(1983)

금성알프스전자, 국내 최초 전자식 VCR(GHV-8100) 생산라인(1981)

금성알프스전자는 튜너를 생산하면서 축적한 고주파 회로 기술과 부품 표면실장 기술을 활용해 개발 착수 10개월 만에 기술도입 없이 RF모듈레이터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